공지사항

[고등부] 대상작
등록일자 2017-08-24 22:15:04

제16회 전국학생 과학 논술대회 [고등부 대상작]

 

 

그들에겐 존경을, 그것에겐 공포를

 

 

경산여자고등학교 류다영

 

 서점 책장 한 귀퉁이에 꽂힌 이 책을 집어 들며 뜬금없이 나는 내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나의 유년시절은 불행하게도 아팠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뇌수막염부터 천식, 폐렴까지 골고루 앓았던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날로 인해 초등학교 개근상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따라서 나는 머릿속에 ‘병’, 그리고 ‘약’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일종의 염증마저 느껴진다.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날도 나는 무기력하게 병실에 누워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기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를 아프게 하는 이 병균들도 모기처럼 손으로 찰싹 때려잡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차라리 모기처럼 눈에 보이기만 하면 잡기라도 쉬울 텐데 눈에 보이지 않고, 하물며 내 몸에 언제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를 아주 작은 그 무엇으로 인해 고통 받는다는 것이 어린 초등학생에겐 다소 억울한 심정까지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겪은 내가 이 ‘미생물 사냥꾼’ 이라는 책을 읽고 책장을 덮으며 가진 감정은 ‘경외심’이었다. ‘경외심’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공경하면서 두려워함.’이라고 나온다. 사실 이 단어가 나의 느낌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공경과 두려움 모두를 느낀 것은 맞지만 두려움보단 공경을, 그리고 공경보다는 존경을 느꼈기 때문이다.

 둘 중 처음으로 든 감정은 존경심이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미생물 사냥꾼들에게 말이다.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이 책에는 13명의 미생물 사냥꾼들이 나오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끈기, 천재성, 창의성..등등 많은 답이 나올 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바로 그들의 분신이 곧 ‘현미경’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시각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물을 인식하여 그 존재를 믿게 만드는 가장 쉬운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볼 수 없는 것은 믿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 수 있는 크기나 형태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발전이 미비했던 과거의 관찰 도구는 바로 눈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관찰하고 그 오류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믿어버리는 세태, 이 세태를 과감히 부수어 버린 것이 바로 렌즈의 발명, 현미경의 출현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작지만 어마어마한 생물들과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미생물 사냥꾼이 네덜란드의 레벤후크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이 자를 택할 것이다. 레벤후크는 포목점 상인이었다. 하지만 여느 포목점 상인들과 달랐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 렌즈 연마술에 빠져들었고 그것에 몰두한 나머지 당대 최고 배율의 현미경 렌즈를 만드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우리의 눈보다 더 정교하고 세련된 현미경을 통해 보았다. 황소의 눈알, 파리의 머리, 동물의 털에서 자신의 피부, 빗물에 이르기까지 현미경에 놓일 수 있는 모든 것을 관찰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레벤후크의 관찰은 당대의 찬사를 받았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내려진 관념을 하나둘 쓰러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미생물을 인류의 눈앞에 펼쳐주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 시대의 지평을 열어준 과학자의 길은 순탄하기만 했을까? 단적인 예로 레벤후크는 밤낮으로 가장 대칭되고 얇으며 매끈한 렌즈를 깎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모습을 본 이웃들은 그가 미쳤다고 여길 정도로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또한 보다 정교한 현미경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어떠한 정부차원의 지원도 없었다. 우리는 테오발드 스미스의 일화에서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더욱 잘 찾아 볼 수 있다. 스미스는 텍사스열이라고 명명된 질병을 연구하였는데 이 실험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진드기를 없앤 남부의 소를 북부의 소들과 함께 둔다. 진드기를 떼지 않은 남부 소를 북부의 소와 함께 둔 것을 그 대조군으로 한다. 이 실험은 진드기가 북부 소들이 고열로 죽어나가는 텍사스열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으로 스미스는 며칠에 걸쳐 남부 소들의 진드기를 일일이 손으로 다 떼야만 했다. 이렇듯 여러 사례를 통해 나는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과학자들에게 크나큰 존경심이 샘솟았다. 이 책에는 13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미생물 사냥꾼들이 나오는데, 대부분이 한 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나오는 파급력이 오늘날 그들의 업적과 명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서 나는 그들에게 존경을 오롯이 바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나에게 찾아온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두려움이었다. 이 두려움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해왔던 과학자들, 미생물 사냥꾼들에 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식을 상향화 시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거에 비해 풍요롭고 질 높은 삶을 향유 할 수 있게 된 것에는 과학자들의 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과학자들의 연구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긍정적인 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혈청 주사를 고안해 낸 에밀 루 또한 이 딜레마에 빠졌었다. 일반적으로 실험은 동물실험을 기초로 하는데 이는 인간의 질병 치유가 목적이 될 때 더 확대된다. 에밀 루는 기니피그 학살이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동물실험을 다수 행했다. 많은 동물실험을 그들의 희생이 아깝지 않게 루는 성공적으로 수행해냈고 이를 들은 환자들의 부모들이 하나둘 루에게로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루는 성공적인 동물실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곧바로 임상실험을 가동할지, 혹은 아직 그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거절할지, 또 거절했을 시 죽을 아이들에 대한 책임 등을 마구 뒤섞어 떠안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듯이 루는 아이들에게 혈청주사를 투여했고 기적적이게도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 주사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면? 자연치유가 가능했을 아이들마저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셈이 되고 만다. 과학자들의 한순간의 선택에 두려움이 엄습하는 시점이다. 이것과 더불어 두려움의 마지막 관점은 대상을 인간에서 미생물로 전환시켜서 보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미생물은 그 존재가 드러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인류 탄생 이래 전쟁을 제외한 사망은 거의 90% 이상이 전염병, 즉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 질병의 원인이 바로 눈 씻고 찾아봐도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들이니 우리의 보건에 얼마다 막대한 검은 손을 뻗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거기다가 각종 변종들까지 기승을 하니 나의 뇌리에 메르스, 에볼라 같은 현대의 강력한 질병이 스쳐 지나가며 인류와 미생물과의 전쟁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경외심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야기된 것인지 책 내용에 기반 하여 알아보았다. 어떠한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존경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경험을 느낌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이 책을 덮고 난 뒤 감정도 감정이지만 마치 과학자들의 연구실에서 함께 동고동락해온 기분이 나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들의 치열한 연구와 실패,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끈기. 결국에는 성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는 직접 경험에 버금가는 아주 값진 간접 경험이 되어 주었다. 지금의 내가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그러했듯 앞으로도 미생물들은 우리의 삶에 상상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침투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을 미생물 사냥꾼들이 용맹하게 앞장서서 사냥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에겐 존경을, 또 우리를 호시탐탐 위협하는 그것에겐 공포를 바친다는 말을 주저 없이 하고 싶다. 물론 그 공포가 미생물의 위험성에 대한 인정이지, 굴복의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당연히 인류가 그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임을 이 책을 읽은 나는 확신한다. 우리에겐 든든한 특수부대 같은 미생물 사냥꾼들이 있기에.

 

 

 

 

 

고등부 대상 심사평

 

 

심사위원 이효근(하나고등학교 교사)

 

 전년도에 이해 올해에도 전국학생 과학논술대회에서 대상은 독후감 부문의 류다영 학생에게 돌아갔다. 독후감이 좋아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쏟아진 점도 있으나 논술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논술에서 수상이 어려웠던 것은 올 해 논술문항이 요구했던 논점이 여러 개이고 논점의 요구사항이 명확한 것들이 있었으나 이를 놓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면서 논리적인 서술이나 과학적인 근거도 평가에 중요하나 요구하는 논점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기본이라 생각한다. 본선에서 좋은 논술문이나 독후감이 많았기에 이런 미묘한 차이가 성적을 나누었다고 여겨진다. 류다영 학생의 독후감은 책을 읽고 전달하는 감동이 잘 살아있었다. 독후감을 읽고 느끼는 생각과 감상을 본인만의 표현으로 잘 느끼게 해준 기본이 잘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글의 구성이 매우 좋았다. 읽은 느낌을 경외심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여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궁금하게 만든 서론과 이를 존경과 두려움이라는 다른 언어로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론을 잘 이야기 해주었다. 아울러 마무리는 다소 고전적이지만 위인을 바탕으로 한 도서의 한계인 위대한 인물의 칭찬으로 마무리 하였다. 물론, 부분적으로 학생이기 때문에 놓치는 문법적으로 어색한 표현도 있었고 감성이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소 어색하고 거칠더라도 야생의 느낌으로 그대로 다가와 감성을 전달되었기에 평가자에 따라 호불호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전년도에도 지적되었던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며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거나 다듬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에 충실한 것과 자신만의 표현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잘 마무리하는 능력까지 발휘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