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중등부] 대상작
등록일자 2017-08-24 22:12:35

제16회 전국학생 과학 논술대회 [중등부 대상작]

 

 

과학과 우리 사이의 끈이 장식할 미래사회

 

 

토현중학교 이원정

 

 “안녕, 베타.”

 이 책 제목을 크게 외치는 순간, 나는 로봇과 복제인간, 그리고 어쩌면 미래사회가 될지 모르는 첨단 과학 사회와 마주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이나 SF는 내 타입이 아니었다. SF속 세상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와 닿지는 않았다. 과학 소설 속 차갑고 감정과 인간다움을 상실한 듯한 세상은 내게 이질감을 줄 뿐이었다.

 이질감, 그 감정이 내가 책을 펴는데 있어 망설임을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먼 미래든, 가까운 미래든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가벼우면서 섬세한 묘사, 인간과 로봇 사이의 감정을 나타냄에 있어 ‘울림’이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안녕, 베타』는 총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로봇의 ‘인간다움’을 잘 표현한 ‘안녕, 베타’,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지구인이 되는 법’과 ‘지금부터 진짜’, 로봇개와 진짜개의 감정 나눔을 통해 감동을 주는 ‘레트와 진’, 로봇 엄마를 맞이한 주인공이 로봇을 대하는 감정이 변화함에 있어 성장하는 스토리인 ‘엄마는 차갑다’, 그리고 첨단과학기술의 발달이 낳은 산물을 담은 ‘내 맘대로 고글’, 칩 이식을 통해 인간을 단순화시키는 과학기술 발달의 폐해와 극복하는 내용인 ‘전설의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로봇이나 복제인간에 대한 여러 감정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책에 수록된 7개의 이야기들의 주된 소재는 로봇, 복제인간, 대체인간이다. 인간을 대체해주는 존재, 그리고 그들과 동화되어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별하지 않고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의 스토리를 빚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인간’은 무엇일까? 아니 우리는 ‘대체인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이 책의 작가들은 ‘대체인간’을 또 하나의 자아로 인식하고 있다. ‘안녕, 베타’에서는 대체인간인 ‘베타’를 단지 인간의 대체물이 아닌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로 설정하였으며, ‘지금부터 진짜’에서는 클론 ‘나우’가 진짜 ‘나우’와는 별개의 생각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간다. 그에 비해 대체인간이나 로봇에 대한 내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대체인간을 나를 대체하는 존재로만 바라본다면 또 하나의 ‘나’와 같은 생각이 들어 불쾌한 반면, 또 하나의 자아로 바라보고자 하면 ‘타인’으로 인식되어 위협적이니 말이다.

 대체인간이나 로봇은 인간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하기 꺼리는 일, 또한 ‘엄마는 차갑다’에서처럼 돌아올 수 없는 인간을 대신해 그 역할을 맡아줄 수도 있는 존재라면 미래 사회뿐 아니라 지금도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없앤 요소이긴 하지만, 로봇에는 ‘불쾌한 골짜기’가 존재한다. 로봇이 사람과 닮은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호감에서 급격한 비호감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불쾌한 골짜기라 한다. 즉, 책에서처럼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이나 대체인간은 오히려 거부감을 주지 않겠는가. 또한, 어릴 적 보았던 SF영화에서 로봇이 인간을 능가해 인간을 지배하는 내용이 종종 나오곤 했는데, 혹시 대체인간이 인간보다 뛰어나게 된다면? 그것도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책 내용은 결코 멀고 먼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인공지능을 두고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로 옹호하는 입장도 있는가하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 인간다움이 없다는 이유로 반발의 대상으로 여기는 입장도 있다. 어느 입장이든, 로봇은 우리가 마주한 오늘날 과제이다. 로봇의 장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없는지, 우리가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대체인간, 로봇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뛰어난 과학기술이 초래한 결과를 묘사를 통해 상세히 드러내고 있다. ‘내 맘대로 고글’에서 고글은 어디로든, 무엇이든 생각한대로 가능케 하는 신비한 물건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고글에만 빠져 진짜 세상을 가짜 세상으로 착각하는 상태까지 이르는 등의 심각성을 보인다. 또한, ‘전설의 동영상’은 기업이 인간들에게 이식 칩을 주입해 조종하기 쉽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봇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인간을 로봇화 시키는 것이다.

 저번에 매우 인상 깊게 읽었던 과학 소설 중에 「멋진 신세계」라는 책이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사회가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자기 지위에 만족하며 행복해했지만, 그것은 결코 진짜 행복이 아니었다. 주입된 세뇌교육으로 인한 거짓행복이었다. 멋진 신세계 속 인간들은 틀에 맞춰져 하나의 ‘부품’이 되어야 했다.

 ‘내 맘대로 고글’과 ‘전설의 동영상’도 「멋진 신세계」와 비슷하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 행복하게만 보이는 세상을 들춰보면 고글을 쓰고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헛된 행복을 누리며, 이식 칩이 꼽혀 자기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없어 세상의 ‘부품’이 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난 이 모든 게 과학 발전의 폐해와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 맘대로 고글’, ‘전설의 동영상’이 「멋진 신세계」와 다른 점은,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내 맘대로 고글’의 주인공 진우는 고글이 고장 난 것을 계기로 진짜 세상 속에서 느끼는 참 즐거움을 깨닫는다. 또한, ‘전설의 동영상’에서는 동혁이와 준구가 이식 칩을 생산하는 TOK를 무너뜨리기 위해 회색점퍼 아저씨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작가는 이 소설들의 결말을 통해 우리와 과학의 접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우리 사이의 끈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리본 끈으로 바뀔 수 있는 반면 우리에게 채찍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학을 잘 사용하고 기술을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이용한다면 더 나은 우리의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SF를 어릴 때부터 무서워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과학이 우리 삶 깊숙이 지배하는 게 현실이 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과학의 역할에 의존하기 이전에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과학이 우리에게 해 줄 역할이 정해질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과학사회는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과학이 만들어낸 산물에 치중해 인간을 부품화 시키는 세상도 아닐 것이다. 우리와 과학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일구는 세상, 우리가 과학을, 과학이 우리를 빛내는 사회, 그것이 내가 바라는 미래의 과학사회인 것이다. 이런 미래가 현실이 된다면 난 더 이상 SF를 두려워 할 이유도, 꺼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 제목을 한 번 더 외치며, 우리가 만들어갈 희망찬 미래와 인사하고 있었다.

 “안녕, 베타.”

 

 

▶참고자료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88년 8월 30일

 

 

 

 

 

중등부 대상 심사평

 

 

심사위원 김수연(영남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교수)

 

 중등부 독후감 부문 심사 기준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주장이나 감상을 담았는가?’,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표현했는가?’, ‘분량 등 주어진 조건을 준수했는가?’ 등입니다. 수상작은 심사위원 대부분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러한 요건에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자신의 경험과 기존의 지식을 책 내용과 정합적으로 연결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의미를 발견해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단편집인 대상 도서의 특징을 잘 살려, 전체와 부분을 균형 있게 탐색했다는 점도 돋보였습니다. 수상을 계기로 더욱 힘내어 역량을 키워나가기 바랍니다.

 독후감의 출발은 ‘잘 읽기’입니다. 여러 편의 단편을 품은 작품집의 경우 수록 작품의 공통 주제나 제재,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고 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 나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숲’과 ‘나무’를 모두 보는 읽기가 될 것입니다. 장편의 경우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전개와 흐름을 파악해 본다면, 주요 내용을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수상권에 들지 못한 학생들도 포기하지 말고 좀 더 갈고닦아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를 권합니다.